고구마가 조리될 때 내부 온도가 천천히 올라가는 군고구마는 찐 고구마보다 β-아밀레이스 효소 작용이 더 활발하게 작용해, 전분이 맥아당으로 다량 분해돼 더 달아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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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커다란 드럼통, 귀 덮는 모자, 군고구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겨울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군고구마를 파는 장수들은 귀 덮는 모자를 쓰고 드럼통 안에서 군고구마를 구워 파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군고구마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 맛을 잊지 못한 사람이 남아있기 때문인지 편의점마다 작고 둥근 돌들 위에서 군고구마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고구마를 집에서 물에 쪄먹는 찐 고구마보다 군고구마가 맛있는 이유가 무었때문일까? 추억도 일조하겠지만, 그 것보다 답은 과학적 원리에 있다.
고구마를 구성하는 주성분은 탄수화물로, 탄수화물의 기본 단위인 포도당이 수백에서 수천 개 연결된 형태인 전분으로 주로 구성되어 있는 형태이다. 작은 단위일수록 혀 속 미뢰에서 인지해 맛이 나는데, 전분은 크기가 너무 커 단맛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고구마를 굽거나 찌는 등 열을 가하면 고구마 속에서 베타(β)-아밀레이스라는 효소가 나와 전분을 포도당 두 개 결합한 형태인 맥아당으로 분해하게 된다. 특히 맥아당의 달콤함이 궁금하다면 식혜와 물엿을 떠올리면 된다. 두 식품에서 단맛을 담당하는 물질이 맥아당으로 그만큼 달콤하다.
고구마의 단맛을 극대화하는 조리법은 맥아당을 많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
결국 고구마의 단맛을 극대화하는 조리법은 맥아당을 많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분이 맥아당으로 많이 분해되려면 β-아밀레이스가 충분히 오랫동안 작용해야 한다. 때문에 찌는 것보다 구웠을 때 β-아밀레이스가 더 오래 작용할 수 있게 된다. β-아밀레이스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온도는 55~65도 정도에서 생성이된다. 특히 통에서 구울 땐 공기를 통해 열이 전달되고, 돌에서 구울 땐 골을 통해 간접적으로 열이 전달돼 고구마 내부 온도가 천천히 상승해, 60도 부근 온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찐 고구마는 물을 통해 열이 전달돼 공기로 열을 전달하는 군고구마보다 빠르게 내부 온도가 올라가 효소가 군고구마보다 빠르게 파괴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맛있는 군고구마를 집에서도 충분히 맛있게 해 먹을 수 있다. 고구마를 오븐에 60도 부근으로 설정해 천천히 굽거나, 주전자나 냄비 등에 깨끗하게 씻은 작은 돌을 깔고 그 위에 고구마를 굽게 되면 맛있는 군고구마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입에 달콤하면 몸엔 안 좋은 법. 이미 분해된 당 함유량이 더 높은 군고구마는 찐 고구마보다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역활을 한다. 실제로 농촌진흥청과 경희대에서 공동발간한 '한국인 다소비 탄수화물 식품의 혈당지수와 혈당부하지수' 책자에 따르면 찐 고구마 혈당부하지수는 70.8이지만 군고구마는 90.9로 무려 20이나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혈당부하지수는 특정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오르는 정도를 수치화한 '혈당지수'를 식품 섭취량을 고려해 보정한 값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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