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돌아온 ‘가격 파괴’ 유통 업계 초저가 열풍으로...

 

고물가 기조 지속에 반값 할인은 기본, 외식·식음료·마트·편의점 전반서 초저가 열풍

경기가 불황일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기업들 당장 이윤 없거나 손해 볼 수 있어,다만 신규 고객 유치·충성 고객 확보 효과, 유통업계 수익성 악화·서비스 질적 악화에 경계해야 한다.

고물가와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2010년대를 기점으로 잠시 사라졌던 ‘초저가 경쟁’이 다시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유통업계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으로, 반값 할인은 기본이고 990원 커피, 780원짜리 버거 등 가격을 파괴하다시피 하는 상품들을 내 놓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업체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편의점, 프랜차이즈 등 유통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의 오름세로 인해 이러한 초저가 마케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홈플러스 '2023 위풍당당 프로젝트' 상품들 [사진제공=홈플러스]

 

경기 불황형 판매 전략…‘초특가’ 경쟁

9월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소비자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시작한 ‘2023 위풍당당’ 프로젝트는 지난 18일 기준 누적 판매량 약 530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이춘삼 짜장라면 4입(2000원), 국산콩 무농약 콩나물 300g(1280원) 등을 일반 상품 대비 절반 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시작했다. 이어 롯데마트는 축산, 수산 식품을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 마트는 ‘온리원딜’ 프로젝트를 통해 내놓은 광어회(100g·7475원)와 미국산 LA 꽃갈비(100g·2990원)의 이달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10% 오른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이마트는 점포 내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 ‘극가성비’ 상품군을 늘리고 생수, 물티슈 등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시작했다. 이들 상품군의 누적 판매량은 90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편의점도 초특가 상품 열풍이 잃어나고 있다. 앞서 CU가 2021년 3월 출시한 ‘HEYROO’ 득템 시리즈는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342.7% 오르며 이달 누적 판매량 2000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별로는 핫바 3종(2200원) 730만개, 라면 5입(1900원) 420만개 등이 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CU의 경쟁사인 GS25는 ‘실속’(실한 것들만 속속 골라 모은) 시리즈로 못난이감자(2900원), 사과 1㎏(8900원) 등을 일반 상품 대비 절반가량 저렴한 가격에 출시했다. 이러한 절반 가격의 상품들이 이달 누적 판매량은 20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또다른 경쟁사인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6월 ‘굿민’(좋은 사람) 시리즈를 통해 안심달걀 10구(3450원), 한입삼겹살 500g(9900원) 등을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내놨다. 세븐일레븐의 굿민 시리즈 상품은 최근 3개월(6~8월) 매출은 올해 초(1~3월)와 비교해 40% 넘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진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이 커피 소비를 줄이는 조짐이 보이면서 990~1000원대의 초저가 커피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앞서 파리바게뜨가 이달 8일부터 21일까지 ‘아메리카노 990원 판매’ 프로모션을 진행한 결과, 전국 3000여개 매장에서 판매된 아메리카노는 200만잔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정상가 3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약 67% 할인된 가격인 990원에 마실 수 있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에 소비자들이 너도나도 지갑을 연 것으로 보여진다.

 

유통업계 초저가 상품 현황

업체명	이벤트 및 시리즈명	대표 상품 및 가격	누적 판매량 및 매출 신장률
이마트	노브랜드 극가성비 시리즈	미네랄워터 2L 6입(1980원) 우리 쌀밥 한 공기 210g(950원)	누적 판매량 900만개
롯데마트	온리원딜 시리즈	광어회 100g(7475원),미국산 LA 꽃갈비 100g (2990원)	이달 판매량 전년 대비 10%증가
홈플러스	위풍당당 시리즈	이춘삼 짜장라면 4입 (2000원) 국산콩 무농약 콩나물(1280원)	누적 판매량 530만개
CU	HEYROO 득템시리즈	핫바 3종(2200원), 라면5입 (1900원), 쌀밥6입(7200원)등	누적 판매량 2000만개
GS25	실속 시리즈	못난이감자(2900원),사과 1kg(8900원),양념돼지구이 300g(12500원)등	누적 판매량 20만개
세븐일레븐	굿민 시리즈	안심달걀 10구(3450원),한입삼겹살 500g(9900원),한끼두부(2200원)등	최근 3개월(6월~8월) 매출 올해초(1월~3월)대비40%증가
스타벅스	이브닝 푸드아워	샌드위치, 케이크 반값 판매	집계중
파리바게트	커피 할인 프로모션	아메리카노(990원)	누적 판매량

 

낮은 품질·미끼성 등 질적 하락 우려

이러한 초저가 상품들이 잘 팔리는 양상은 주로 경기가 불황일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불황형 판매 전략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요즘은 어중간한 가격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시기로 판단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 침체가 극심하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초저가 상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할 경우, 기업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할인에 드는 비용만 고려한다면 이윤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유입된 소비자들이 다른 상품도 구매하거나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이들이 반복적으로 방문해 충성고객이 되면 결과적으로 브랜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초저가 마케팅 전략은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홍보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초저가 마케팅은 프로모션이 자주 발생할수록 상품과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나타나기 때문에 업계의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러한 초저가 마케팅의 가장 큰 함정은 낮은 품질과 과도한 미끼성이 있어 주의 해야한다. 비계가 잔뜩 낀 제품을 판매해 입방아에 오른 반값 한우 삼겹살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 3월 3일 이른바 삼겹살데이 20주년을 맞아 유통업계는 한돈을 40~50% 할인하는 대규모 판촉 행사를 한 바가 있다. 이때 구입한 돼지고기에 비계가 지나치게 많다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폭주하면서 교환·환불 조치를 했던 경험이 있다.

이러한 초저가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충동구매 욕구를 자극해 과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당장은 필요하지 않더라도 1+1 할인 판매 중인 식음료 상품을 구매했다가 결국 유통기한을 놓쳐 버리게 된다면 현명하지 못한 소비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초저가 전략 판매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초저가 상품 판매와 미끼 상품 등 과도한 할인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많은 소비자들을 유혹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고 초저가 소비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